Pinodyne(Pinodyne;Ven) - 벽
대부분이 부러워할만한 성적표를 받고서도 난 전혀 즐겁지않아.
무슨 수를 써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에 가있는 그.
우리 사이엔 천 개의 우주가 남아있는 듯.
그는 나의 형. 우리 집안의 자랑.
못 하는 게 없고 항상 기대를 받는 사람.
그에 비해 한참이나 초라하고 모자란
나에겐 온전한 양이 허락되지 않던 사랑.
역시나 오늘도 그는 만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내밀어.
너에겐 의사가운이 어울릴것같다며 웃어보이시는 아버지.
내 성적은 별로 관심없으신가보지...
오늘 밤에도 내가 받은 사랑은 부스러기.
형에게 닿은 아버지의 미소의 부드러움이
내게도 필요해. 허나 그저 난 물끄러미..
응답없는 기도에 또 그냥 그러려니...

이젠 벗어나고 싶어. 내 앞을 가려버린 이 곳에서.
이젠 벗어나고 싶어. 어둡고 차가운 이 그늘 안에서.

형이 입었던 옷을 그대로 물려입고
형이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물려신고
형이 다녔던 학원을 똑같이 다녀와도
형처럼 될 수 없어. 난 형이 아니라서.
내게도 허락된 햇살이 있을텐데
그의 그늘이 이젠 내 눈 밑에도 베있네.
형의 동생이란 이유만으로 난 어깨를 피지못해. 계속 움츠러들어.
이건 내가 평생 떼어낼 수 없는 꼬리표.
난 형의 삶이란 악보에 붙은 되돌이표.
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리내고 싶어.
나를 끌어당기는 이것들 좀 저리 치워!
가족사진 속 모두가 날 비웃는 것만 같은 생각이 나의 하루를 뒤흔들어.
나는 나일 뿐인데 내 주위를 둘러싼 내가 아닌 것들이 항상 나를 짓눌러.

내 이름은 `누군가의 동생` 이 아냐.
나도 나로써 삶을 살아가고 싶단 말야.
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줘.
이 답답한 마음의 반만이라도 헤아려줘.
내 이름은 `누군가의 동생` 이 아냐.
나도 나로써 삶을 살아가고 싶단 말야.
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줘.
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줘.

형이 입었던 옷 대신 내가 입고 싶은.
형이 신었던 신발 대신 내가 신고 싶은.
형이 다녔던 학원 대신 내가 배우고 싶은게 내게도 있어. 정말 모르겠어?